역설과 진실: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꿈도 있다

출처 : ‘공병호의 뉴스레터’에서

역설과 진실: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꿈도 있다


1947년 생으로 영화감독, 방송인, 작가로 명성을 얻었던
일본의 기타노 다케시 교수의 교육관을 주목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
‘스스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게 하는 주장입니다.

1.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
노력해도 안되는 놈은 안된다.

2. 중학생 시절, 부잣집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학교가 이웃에 있었다.
그 학교 아이들은 머리가 좋은 건 물론이고 여자아이들에게 인기도 많고
세련된 교복까지 입고 다녔다.
반면 우리는 멍청한 가난뱅이에 촌스럽기까지 했다.
그 학교 아이들과 야구 시합이라고 하면
운동장에서 마주 선 순간부터 우리는 모두 고개를 떨어드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시합까지 콜드게임 패, 그 사립학교는 야구도 엄청나게 강했다.

무엇 하나 이길 수가 없었다.
철저하게 박살나서 돌아오기 일쑤였다.
인간은 평등하다는 거짓말은 그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아이가 ‘의사가 되고 싶어’라고
말하면 부모는 ‘무리야, 너 같은 멍청이는’, ‘새 글러브 갖고 싶어’하고
말하면 ‘안 돼, 우리 집은 가난해서’ 그걸로 끝이었다.
멍청이나 가난뱅이라는 말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항상 듣는 말이 그런 식이다 보니 아이들은 저절로 자기 처지를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포기하고 참는 게 당연하다는 것 배웠다.

3. 그러다가 갑작스러운 경제성장이 되었고
그 덕분에 태반의 사람들이 옛날 보다 조금은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끼니를 거르는 일도 없어졌고,
자동차니 컬러텔레비전이니 옛날 같으면 꿈도 못 꾸었을 보물들을
모두가 손에 넣게 되었다.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면 어지간한 것은 사 줄수도 있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착각을 하게 된 걸까?
노력하면 꿈은 뭐든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물의 본질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꿈도 있다’이다.
하지만 세상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꿈으로
넘쳐나고 있지 않은가?

4. ‘어린이는 훌륭하다’, ‘어린이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요즘 어른들은 그런 한심한 소리를 한다.
어린이들이 모두 훌륭한 건 아니지 않은가.
잔혹한 표현이지만, 멍청이는 멍청이다.
발이 느린 놈은 느린 거고, 야구를 아무리 좋아해도 못하는 놈은 연습을 해도 못한다.
그런 걸 다 알면서, 노력만 하면 누구나 일류가 될 수 있다느니
어쩌니 하는 말을 예사로 한다.
진실은 그와 다르다.

재능이 있는 사람이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을 해야
겨우 일류가 될 수 있을까 말까 한 게 현실이다.
연습을 한다고 모두 이치로 선수처럼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5. 전후 민주주의니 뭐니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인간은 모두 평등하게 되었다.
그 평등은 어디까지나 법 앞에서의 평등을 의미한다.
부자도 가난뱅이도 같은 법의 지배를 받으며,
같은 인권을 부여받은 것 뿐이다.
실제로는 그 평등 역시 상당히 수상쩍은 면이 있지만,
일단 겉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착각한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법 앞에서는 평등할지언정 인간 그 자체가 평등한 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평등하지 않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두 평등하다는 착각에 빠져들면서,
누구나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노력하면
어떻게든 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6. 노력하면 뭐든 이루어진다고 자식을 위하는 척하면서
부모의 체면을 차리는 말을 하지 말고,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
재능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그런 재능이 없다고,
아무리 노력해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부모가 가르쳐주어야 한다.
그런 말을 하면 아이가 위축되지 않느냐고?
위축되지만 않으면 운동신경 둔한 녀석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나?
자기 자식이 아무런 무기도 갖고 있지 않음을 가르치는 것은
조금도 잔인한 일이 아니다.
그게 괴롭다면, 어떻게든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는 무기를
아이가 찾도록 도와줘라.

그걸 발견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아이가 세상에 나가 현실에 녹다운되어
상처를 입더라도 살아나갈 수 있도록 강인한 마음을 키워주는 수밖에 없다.
아이의 마음이 상처 입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상처입고 힘들어하다 포기하면 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려면 노력해야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거라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아이의 골수에 새겨주도록 하라.
그것이 아버지의 역할이다.
-출처: 기타노 다케시, <생각노트>, 북스코프, pp.5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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