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 하악하악

지난 메일에 이어서 잠시 쉬어가는 메일을 보냅니다.
소설가 이외수 선생

1. 아내들이여. 남편들이 사랑고백을 자주 하지 않는다고 투정 부리지 말라.
남편들이 날마나 출근해서 녹음기처럼 되풀이 되는 상사의 역겨운 잔소리를 참아내고,
자존심을 있는 대로 죽이면서 거래처에 간곡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고,
헤비급 역도선수의 역기보다 무거운 스트레스를 어깨에 걸치고 퇴근하는 모습,
자체가 바로 그대와 자식들을 사랑한다는 무언의 고백임을 명심하라.

2. 젊은이여. 인생이라는 여행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그대 베낭 속을 한번 들여다보라.
욕망은 그대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고 소망은 그대 발걸음을 가볍게 만드는 .
젊었을 때부터 배낭 속에 들어 있는 잡다한 욕망들을 모조리 내던져버리고 오로지
소망을 담은 그릇 하나만을 간직하지 않으면
그대는 고개를 넘기도 전에 주저앉고 말리라.
하악하악.

3. 가지, 일에 평생을 사람에게는
오늘의 일은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격언이 무의미하다.
그에게는 오늘이나 내일이 따로 없고 다만언제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4. 물질에 천착하는 인간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보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중시하는 성향이 있지만,
알고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들을 지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 가지만 알아도 성품이 달라지고 인생이 달라진다.
속에 인생역전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5. 젊은이여. 세상이 그대를 몰라주더라도 절망하지 말라.
젊었을 이를 악물고 실력을 연마하라.
실력은 생존경쟁의 절대무기다. 거기다 고매한 인격까지를 겸비할 있다면
그대는 문자 그대로 천하무적의 반열에 오를 있다.
물론 그대가 지하도에서 노숙을 하면서도 여생을 즐겁게 보낼 있는 성품을
가졌다면 젊은 날을 허송세월로 보내도 상관은 없겠지만.

6. 우물을 파다가 끝까지 물이 나오면 인생 막장 되는 아냐.
라고 말하면서 손도 까딱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삽질 해보지 않고 그런 소리나 하는 사람들. 대개 남에게 물을 얻어먹고
살거나 한평생 갈증에 허덕거리면서 세상 탓이나 하고 살아간다. 쩝이다.

7. 인터넷을 떠돌다 보면 무식을 무슨 명문대 졸업반지처럼 손가락에 착용하고
유치찬란한 타발로 미친 칼을 휘둘러대는 또라이들도 많더라.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주제에 허구한 날을 키보드나 끌어안고
타인을 비방라는 즐거움 하나로 살아가는 잉여인간들도 많더라.
하지만 그들도 정작 가슴을 들여다보면 깊은 외로움 어딘가에 아름다운
생각 하나쯤은 간직되어 있겠지?

8. 살아남는 비결 따위는 없어. 하악하악.
초지일관 가지 일에만 전심 전력을 기울이면서 조낸 버티는 거야. 하악하악.
그러니까 버틴다는 말과 초월한다는 말은 이음동의어야.

9. 세상이 변하기를 소망하지 말고 그대 자신이 변하기를 소망하라.
세상에게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불만과 실패라는 이름의 불청객이
찾아와서 포기를 종용하고,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성공과 희망이라는 이름의 초청객이 찾아와서 도전을 장려한다.
그대 인생의 주인은 세상이 아니라 그대 자신이다.
출처: 이외수, <하악하악>, 해냄, 2008, pp.133-259.

출처 – 공병호의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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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esponse

  1. 좋은데.. 말해보세요:

    아 이외수씨 글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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